‘카우앤독에서 일하는 사람들’ 인터뷰 프로젝트, [월간코워커]
세 번째 인터뷰이는 첫번째 사회생활을 카우앤독 3층에서 1년간 해나간 코워커 혜선(린)님 입니다. 

타고난 친화력과 재기발랄함으로 카우앤독 3,4층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혜선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인터뷰이: 김혜선(임팩트투자사 에스오피오오앤지 인턴)
인터뷰어: 랄라(카우앤독 커뮤니티 매니저)

 

“안녕하세요- 린입니다”

안녕하세요, 혜선님! 매일 잡담만 떨다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려니 뭔가 어색하네요. 일단 공식 질문으로, 혜선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임팩트투자사 sopoong(에스오피오오엔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김혜선(린)입니다. 작년 이맘때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이 곳에서 일한지 10개월 정도가 됐구요, sopoong 투자팀 액셀러레이팅 서포트 업무와 sopoong 주관 주요 행사들을 운영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혜선님이 일하는 Sopoong은 어떤 회사 인가요?

공식적으로는 ‘시작하는 소셜벤처의 파트너’를 목표로 씨드 투자를 진행하는 임팩트 투자사에요. 그리고 제가 보는 에스오피오오앤지는 소셜벤처 인큐베이터/엑셀러레이터일뿐만 아니라 소셜벤처 생태계 자체를 지원하려는 조직이기도 해요. 투자를 하는 곳으로만 알고 투자/엑셀러레이팅에 대해 많이 접하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폭 넓은 일을 하는 곳이고, 그래서 오히려 기획과 운영에 대해 재미를 찾아가는 요즘이에요. 

sopoong에서 린이 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투자사의 심사역은 피투자팀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함께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데요, 저는 투자팀 담당 심사역분들이 더 엑셀러레이팅을 잘 하실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찾고, 매주 진행하는 오피스아워(주 1회 액셀러레이터와 투자팀이 만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미팅)를 기록해서 배치팀(Sopoong의 정기 투자팀)에게 전달하고, 투자 관련해서 필요한 서류업무들을 하고 있어요. 워낙 이런 저런 행정업무들을 하다보니 생전 알 필요 없을거라고 생각 했던 ‘법인 설립 방법’에 대해서도  빠삭해졌어요(웃음). 

그리고 sopoong는 투자 뿐만 아니라 여러 소셜벤처/스타트업과 함께 이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일도 해요. 데모데이, 해외 투자사와 스타트업&한국 투자사와 스타트업이 네트워킹하는 바캉스, 소셜벤처 관련 종사자들 대상 리트릿 프로그램 인스파이어드 등 여러가지 행사를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도 이런 저런 기획/운영 업무를 함께 하고 있어요. 특히 에스오피오오앤지 정기 배치팀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발표하고 네트워킹하는 ‘데모데이’에서는 준비 뿐만 아니라 행사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손을 덜덜덜 떨며 진행했던 기억이 나요.

sopoong 주관 데모데이에서 사회를 보던 린.

린은 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다 사회적경제를 복수전공하고, 소셜섹터에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나요?

저는 원래 식품영양학을 공부했고, 사회적경제, 소셜섹터 분야는 전혀 몰랐는데요, 어느날 전공 교수님이 “사회적경제 학과에서 ‘수국’동아리를 만들건데, 들어올래?”라고 하시더라고요. 수국 꽃 동아리요. 설명을 들어보니, 경상남도에 고성이라는 군이 있거든요. 수국이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아름다운 동네인데, 이 동네가 노령인구가 많고 젊은 층도 관광객도 잘 유입이 안됐어요. 그래서 “수국을 통해 이 지역에 사람들을 유입해보자”는 제안을 고성에서 저희 학교로 줬고, 저는 수국 관련한 팀에서 수국의 영양학적 측면을 분석해 식품을 만들어보지 않겠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영양학적인 측면보다는 축제를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축제 기획안을 써봤는데, 어쩌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정말로 진행하게 됐어요. 원래 고성이 1년 동안 만 오천명이 올까 말까한 동네인데, 저희가 진행한 수국 축제에 3일 동안 5천명이 왔죠. 이후 고성군에서 쭉 수국 축제를 하고 있어요. 그 동아리를 인연으로 도시재생분야에 관심이 높아졌고, 사회적경제학과 수업도 듣게되고, 점차 사회이슈에 대한 관심 범위를 넓혀가다가 서울까지 오게됐죠.

이제는 고성군의 대표 축제가 된, 수국축제

그냥 관심이 있는 것과 실제로 그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은 완전 다른 영역이잖아요. 임팩트투자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며 어렵게 느꼈던 점과, 여기서 일한 덕분에 “정말 이건 제대로 얻어간다!”싶었던 것이 궁금해요. 

나름 학부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 수업도 듣고, 관심도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일로서 접근하니까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그 지점에 도달을 못하는게 힘들었어요. 아마 모든 사회초년생이 그렇지 않을까요? 특히 저는 투자 관련 용어들을 정말 하나도 몰랐거든요, 미팅을 정리해야하는데 하나도 못알아들으니까 일단 한글로 쓰고 나중에 일일이 찾아보는 과정을 1~2개월 동안 했어요. 나중에는 미팅 때 사용하는 어려웠던 용어를 싹 정리해서 문서로도 만들었어요(웃음). 


투자의 기본 용어부터 정리해둔 린의 단어사전, 린의 자리 한켠을 든든하게 지키는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그리고 메일 하나 보내는 데 한참이 걸렸어요. 공식적인 메일을 보내본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안녕하세요, 김혜선 입니다”를 쓰고 머리가 하얘질 때가 많았죠. 이것 저것 참고해 최대한 오피셜해보이게 쓰면 에스오피오오앤지의 톤앤매너와 맞지 않을 때가 있었고요. 투자를 받은 팀들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 그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야지, 제가 너무 딱딱하면 그분들에게 부담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근하면서도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지금도 적응해나가고 있어요. 

“이거 하나는 진짜 확실히 얻었지”하는게 있다면, 너무 많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스스럼 없을 수 있는 능력’인것 같아요. 여기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랑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았잖아요. 저는 최근까지 학교에 다녔다보니, 대표라는 직함이 되게 높은 사람, 범접할 수 없는 사람.. 으로 느껴졌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아 이 분들도 사람이구나-’하고 편히 대할 수 있어요(웃음).

카우앤독처럼 오픈된 형태의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건, 회사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사람들도 동료인 거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첫 사회생활을 경험해보니 어땠나요?

저는 카우앤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알게된 게 너무 좋았어요. 업무적으로 모르는 것이나 고민이 있을 때도 sopoong 분들 뿐만 아니라 3층의 다른 동료들과도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좋았구요, 재미있는 일상을 함께 보낼 사람도 많이 사귀었어요. 3층의 진이 운영하는 ‘한 달에 한 개산 등산모임’에 갑자기 끼게 되서 갑자기 등산모임에 끼게 되어서 매 달 서울에 있는 새로운 산에 가기도 하고요, 카우앤독 카페에서 일하는 동갑내기 친구 조이와는 아주 친해져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주말에 카우앤독에서 운영하는 행사(리워크컨퍼런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것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구요. 인턴을 이유로 서울에 와서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서울생활이 일/집 밖에 없을 수도 있었는데, 저에겐 여기서 일하며 좋은 사람들을 사귄게 서울살이를 즐겁게 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던것 같아요.

주말마다 서울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던 혜선님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린은 카우앤독에 입주해 있는 모든 팀과 친한 것 같아요. 3층 코워커들과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다 친하잖아요. 저는 낯가리는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린을 보며 그런 능력이 부러울 때가 많은데요. 모두와 편하게 지내는 비결이 뭔가요?

일과 연관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요! 제가 이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 않다보니 오히려 공적 이야기보다는 사적 이야기를 많이해서 그런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과 더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제가 인싸까진 아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좀 있어요(웃음). 인싸는 무리 한 가운데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사람이라면, 그 인싸들을 주목하면서 “이리와서 저것을 같이 보자!” 하면서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있달까요-그게 여기서 발견한 제 장점입니다. 

(사실은 카우앤독 3층 대표 인싸인 린)

이제 곧 인턴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일상을 설계해야하는 시기잖아요.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궁금해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저는 서울이 정말 좋거든요. 저는 제가 살던 지역에 대해 항상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일단 건너 건너 다 아는 사람들만 사는 동네에 살았다보니 다양성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고, 문화생활이나 일경험에 있어서도 선택권이 별로 없었거든요. 배움에 있어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리게끔하는 획일화 된 교육을 많이 받았었어요. 근데 여기서 지내는 1년 동안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게 꽤나 존중 받는 모습들을 보며 놀랐어요. 그래서 서울에 더 오래 있으면서 더 재밌는 것들을 많이 접하고, 그 가운데 제 고유성도 발견하는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또 한 가지의 선택지(고민)는, 다시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여기서 이런 저런 컨퍼런스도 참여하고, 현재 진행형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제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이야기들을 연결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기존과는 다른 시야로 일상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막연하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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